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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다큐 <학교 가는 길> 리뷰, 그렇게 어머니가 된다

 

학보모들이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은 사진입니다.

 

당시 여러 매체와 SNS에 회자되며 이 사진이 널리 퍼졌고, 많은 사람들은 이 사진에 담긴 사연에 분노했습니다.

 

이 사진에 담긴 사연이 기억 나시나요?

 

2021년 5월 5월 어린이 날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 속 이야기입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공식 포스터

 

대한민국의 발전은 도시의 발전과 궤를 함께 했습니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진 자와 못가진 자는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자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길거리에 장애인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릴적 초,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한 두 학급 당 한 명씩은 발달장애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들을 ‘바보’라고 놀리기도 했지만 함께 놀며 공통의 추억들도 많이 쌓았지요.

동네에서 지나가는 발달장애 친구를 만나면 인사를 하고 가끔은 어울려 놀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세태는 많이 다릅니다. 임대아파트 단지와 같이 비슷한 소득 수준으로 주거와 공동의 공간이 분리되고 함께한 기억을 만들 수 없는 도시로 변화되었습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속 장면


누구나 가는 커피숍마저 5000원의 커피를 파는 공간과 2000원의 커피를 파는 공간으로 나뉘어 두 집단의 기억은 다르게 형성됩니다.

 


만일 여러분이 길을 가다 얼굴이 일그러진 남성이 멍하게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무섭다’, ‘피해야지’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겠지요.

저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10대 시절에 이어 20대, 30대로 이어짐에 있어 그들과 함께한 기억들이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속 장면

영화 ‘학교 가는 길’은 강서구 교육부지에 발달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입니다.

강서구 주민이자 발달장애 어머니인 이분들은 인근 특수학교들의 정원 초과 등을 이유로 먼 곳에 등하교를 시키던 터였습니다.

 

 

발달장애인 아이들의 등교 준비는 험난합니다.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는 것은 이 아이들에겐 더욱 힘든 일입니다.

잠을 쫓은 뒤엔 본격적인 등교 준비가 시작됩니다.

운동 능력이 떨어져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들이 먹는 아침밥을 천천히 기다리는 일부터, 씻기고 옷을 입히는 것까지 비장애인 아이에 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이후 1시간 반에 걸쳐 차를 타고 먼 거리에 있는 학교로 등교를 하죠.

이 모든 등교 준비를 위해서 아이들은 아침 6시부터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루 왕복 3시간에 결친 통학 시간은 우리가 느끼는 시간과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속 장면


‘나도 수도권에서 서울로 왕복 3시간씩 출퇴근하니까 나랑 같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나름대로 활용합니다.

핸드폰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그러나 발달장애인이 이동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단지 창 밖을 바라보는 것 뿐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사투를 보고 있다 보면 울컥하는 마음에 끊어보길 반복하게 됩니다.

"할 수만 있으면 제가 ㅇㅇ이보다 더 오래 살고 싶어요. 정말 할 수만 있으면 그러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랑 우리 ㅇㅇ이를 어떻게 볼까?... 그게 뭔가 두려운 거예요. 그래서... 거의 밖을 안나가고 집 안에서 거의 숨어 사는 것처럼 그렇게 은둔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하면 안되는 행동들도 많이 했죠. 자고 있는 애 붙잡고, 너는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30대에 접어들어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 ‘곰 세 마리’라는 제 또래 발달장애인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발달장애인과 그 어머니들이 느끼는 ‘평생교육’에 대한 무게감을 실감합니다.

 


영화는 어머니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비뚤어진 도시개발의 묵은 역사를 들춰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특수학교 설립 반대편에 대척해 있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도 비추며 앞으로의 사회가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대안을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분석적인 리뷰보단 많은 분들이 함께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생각을 끄적여 봤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우여곡절이 많았고 제가 사는 곳 근처에선 상영하는 곳이 없어 보지 못하다 이제야 접했네요.

많은 분들께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