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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 리뷰, 잭 스나이더의 마지막이 될 좀비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날 영화 &lt;아미 오브 더 데드&gt; 공식 포스터

지난 2021년 5월 21일.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공개됐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영화 <새벽의 저주>로 장르영화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데뷔를 한 데 이어 <300>까지 2연타석 홈런을 치며 안정적으로 헐리우드에 입성한 감독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코믹스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의 연출을 맡으며 일부 작품에선 부침이 많았던 것도 사실일 겁니다.

 

수년 전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다 딸의 안타까운 일로 인해 중도 하차했던 <저스티스 리그>를 <어벤저스> 연출로 알려진 조스 웨던 감독이 이어 받아 영화를 개봉시켰지만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혹평을 받았죠.

 

이후 오랜 DC코믹스의 팬들은 '잭 스나이더' 버전의 <저스티스 리그>를 개봉해 달라는 '운동'까지 일며 결국 HBO맥스 스트리밍을 통해 <잭 스터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일명 '스나이더 컷'의 <저스티스 리그>가 공개되기에 이르렀고 DC코믹스의 팬들은 마침내 환호했죠.

#RestoreTheSnyderVerse 해시태그 운동

이 사건은 비록 감독의 작품별 일정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관객들로 하여금 잭 스나이더가 그 간 보여준 작품들이 얼마나 신뢰를 주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던 잭 스나이더가 다시, <아미 오브 더 데드>라는 좀비물로 돌아왔습니다.

 

대체로 좀비 영화 팬들이 꼽는 최고의 좀비 영화 랭킹이 있다면,

 

좀비물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좀비 영화 최초로 '뛰는' 좀비가 나왔던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그리고 현대적 좀비 장르물의 원형을 구축한 <새벽의 저주>를 빼놓고는 성립이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현재도 양산되는 많은 B급 좀비 영화들이 쇼핑몰 등으로 숨어들어 각종 무기를 구해 진지를 구축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의 구성은 <새벽의 저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 만큼 잭 스나이더 감독의 데뷔작인 <새벽의 저주>가 많은 좀비영화 팬들로 부터 사랑을 받아온 만큼 이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 또한 많은 관객들로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기대와 상관없이 영화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좀비로 인해 쑥대밭이 된 봉쇄된 라스베가스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은 96시간 뒤 그 곳에 핵폭탄을 떨어뜨려 소각하기로 결정하죠.

 

한편 주인공과 일행은 핵폭탄이 떨어지기 전 라스베가스 금고에 숨겨진 막대한 돈을 가져오기 위해 좀비 소굴로 들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미 오브 더 데드>가 실망스러웠는지에 대한 영화의 아쉬운 점들을 위주로 꼽아보고자 합니다.

 

서순보단 단편적인 부분으로 나열해봅니다.

 

 

 

※아래부터 <아미 오브 더 데드>의 스포일러가 시작됩니다.

 

 

첫번째는 인물과 상황의 개연성입니다.

 

*

먼저, 왜 남자 주인공(데이브 바티스타)의 딸(엘라 퍼넬)은 먼저 카지노로 들어간 그녀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콧 워드 역, 데이브 바티스타

애초에 올림푸스 카지노에 갇혀진 여성들이 좀비소굴로 들어간 까닭은 수용소를 탈출할 돈을 구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물론 설정 자체가 수용소의 비인권적인 상황을 명분으로 묘사하지만 그렇다고 좀비의 위협을 무릅쓰면서 그곳에 간다는 것은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지금껏 여러 좀비 영화들의 클리셰처럼 그녀들이 안에 남겨진 가족이 살아 있다는 증거를 찾아 구출하러 간다는 등으로 설정했다면 더 이해가 쉬웠겠지요.

케이트 워드 역, 엘라 퍼넬

그 이후 바티스타의 딸은 남겨진 그녀들의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구하러 떠난다곤 하지만 여러 상황들이 그녀의 개연성을 너무 빈약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이외에도 갑작스런 탈주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답답함을 선사합니다.

 

*

다음으로 용병단에 처음 합류한 바티스타의 친구였던 여성 캐릭터(아나 데 라 레게라)는 "나는 돈이 아니라 너 때문에 온거다" 라고 대사를 합니다.

마리아 크루즈 역, 아나 데 라 레게라

 

범죄 영화에서, 돈을 찾기로 하고, 목숨을 걸며 돈을 찾는데, 갑자기 위와 같은 대사를 합니다.

 

이처럼 무책임한 대사는 어서 돈을 챙기고 떠나길 바라는 관객의 마음을 차갑게 식게 합니다.

 

이어진 대사인 "아, 아니 물론 내 몫을 나누겠지만 너를 구하려고.."라는 대사도 사족에 불과하게 느껴지고 몰입을 방해할 뿐입니다.

 

*

탈출하기 위한 헬기라는 것을 보여줄 때에도 '저 조그만 헬기에 현찰 2억 달러와 1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다 타고 탈출을 한다고?'라는 생각에 영화 설정 자체에 이입하지 못하겠더군요.

 

이건 복선도 아니라 어차피 몇 명 못 살아나간다는 스포와 다름없는 설정 같았습니다.

 

차라리 남겨진 군부대 수송헬기 등으로 설정했다면 납득이 더 쉬웠을 겁니다.

 

*

특히 종반부 장면에서 바티스타가 헬기를 타러 올라갔을 때 옥상문은 왜 '어서오란듯이' 열어두는지...(물론 설정이겠죠)

 

떠난줄 안 헬기가 다시 와서는 빨리 갈 생각은 않고 왜 감상젖은 대사만 나누는지...

 

'쟤네 또 저러는구나'라는 말이 육성으로 나올 정도죠.

 

또한 남자주인공인 바티스타가 "챙겨온 돈은 없다"는 말에 조종사는 그럴수도 있지라는 듯 쿨하게 넘어갔지만 관객인 저는 쿨하지 못했습니다.

 

*

핵폭발 이후 살아남은 조연 캐릭터도 왜 한참이 지나서야 늦게 좀비화가 됐는지 (제가 놓쳤을지 모르겠지만)설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보기에 초중반 몇 몇 드라마적인 장면에선 A->B->C 순의 컷이 아닌 A->C 같이 점프되는 것처럼 편집이 툭툭 튀어서 '응?'하게 되는 순간들이 여럿 있습니다.

 

편집 기술 상 어려웠던 것인지, 여분의 컷을 찍어두지 않은 것인지 메이저 예산이 들어간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그리고 '알파'타입 좀비 머리를 가져가야하는 인물은 '꼭', '무조건' 혼자서만 살아나가야만 할 이유가 없음에도 굳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용병단을 방해하니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로는 좀비와 범죄 장르물에 따른 쾌감이 부족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

좀비물이든 범죄물이든 장르적인 공식과 쾌감이 존재합니다.

 

예를들어 범죄영화라면 범죄를 모의하고 그에 필요한 적재적소의 인물을 탁탁 제 위치에 섭외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실제 실행에 옮길 때 관객들은 톱니바퀴가 맞아들어가는 쾌감을 느끼겠죠.

 

그 과정에서 새로움과 신선함의 요소를 집어넣는 것은 각본과 연출의 차별화일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쾌감을 느낄 순간 순간에 앞서 말한 고구마 캐릭터들로 인해 그 쾌감의 톱니가 삐걱거리기 일쑤입니다.

 

또한 좀비영화로서의 쾌감은 초반 오프닝을 제외하곤, '알파'타입이란 좀비의 설정을 소개하는 장면은 흥미롭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강한 화력으로 좁은 통로나 실내에서 각개전투 식으로 싸우는 액션신의 모습은 일반적인 좀비영화에서 봐오던 장면들이라 쾌감보단 기시감으로 다가오더군요.

 

이는 한정된 공간에서 변변치 않은 무기들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자아냈던 전작 <새벽의 저주>와도 대비됩니다.

 

 

 

그럼에도 고구마 먹은 캐릭터들 사이 빛나는 조연들이 있기는 했습니다.

 

*

루트비히 디터 역, 마티아스 슈바이크회퍼

금고 기술자 역을 맡은 '마티아스 슈바이회퍼' 배우, 코요테 역할은 맡은 '노라 아르네제더' 배우는 답답한 이야기 중에 개성넘치는 호연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루언서 역할로 나온 배우도 기억에 남네요.

 

-이후 마티아스 슈바이크회퍼 배우는 본 작의 프리퀄인 <아미 오브 더 데드: 도둑들>의 주연으로 영화를 이끕니다.

코요테 역, 노라 아르네제더

*

더불어 <300>이나 <와치맨>으로 대변되는 잭 스나이더 표 인상적인 장면과 연출은 인장처럼 영화 곳곳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그 장기 중 하나로, 이번 영화의 일부 장면은 회화적으로(예를들어 아기 좀비를 꺼내 올리는 씬) 표현하는 등 감독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며 폐허가 된 라스베가스에 대한 미술의 연출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라는 연출적 자유를 얻은 잭 스나이더의 영화를 기대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