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드라마 <지옥> 리뷰, '지옥류' 장르의 기원 -2-

드라마 <지옥> 리뷰, '지옥류' 장르의 기원 -2-

지난 리뷰에 이어 <지옥> 리뷰 2편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아직 <지옥> 리뷰 1편을 보지 않으셨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드라마 <지옥> 리뷰, '지옥류' 장르의 기원 -1-

드라마 <지옥> 리뷰, '지옥류' 장르의 기원 -1- Prologue. 2021년 11월 19일, 드디어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됐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지옥>은 어느 날 인간에게

apr-story.tistory.com

 

※아래부터 <지옥>의 스포일러가 담긴 리뷰가 시작됩니다.

 

4. 호? 불호? 서사의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관객

이전 리뷰 1편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의 개연성을 지적하는 이유는 서사 속에 ‘왜’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

-“지옥에 가는거야?”

-“지옥에 갈 날짜를 미리 알려주는 거야?”

-“저 지옥의 사자들은 왜 저렇게 고통스럽게 사람들을 데려가야만 해?”

 

등등의 설정에서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연상호 감독의 의도를 살펴보자면 연상호에게 있어 ‘왜’는 그리 궁금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 ‘왜’에 대한 대답을 찾기위한 인간의 행동이 궁금하고 중요할 뿐이죠.

 

처음 극중 박정자 씨의 ‘공개 시연’이 있은 후 많은 사람들은 ‘왜’를 찾았고 그 해답을 새진리회가 내려줍니다.

 

그리고 그 ‘왜’를 공고히 하고자 사람들은 새진리회와 화살촉에 가담하고 또 다른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죠. 이어서 4화부턴 그 ‘왜’라는 건 사실 존재하지 않으며, 더구나 신이 아닌 인간의 세상에서 더 이상 그 ‘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동기들이 인물들을 이끕니다.

 

결국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건 이 혼란스러운 설정의 틀 안에서 작동하는 새진리회란 종교와 사회, 인간을 조망하고 싶을 뿐, 일반적인 액션 스릴러 영화처럼 소위 떡밥→회수→떡밥→회수와 같은 쾌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전 리뷰 편에서 언급한 ‘게슈탈트’ 이론과 같이 관객들은 ‘왜’라는 진공을 메우고 싶어하지만 극 속에 명확한 설명이 없으니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 때 누군가는 그 불안을 즐기지만 누군가는 그 불안이 비판의 지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게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원인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영화 <프로메테우스> 속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선 사람들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12년 작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조상이자 기원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종반부, 끝내 인류의 조상을 만나지만 그들은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한 채 오히려 희생당하죠.

 

그렇게 ‘왜’에 대한 해답도 없었지만 관객의 대부분은 인간의 조상을 찾는다는 설정과 2시간 내내 ‘왜’ 우리를 만들었는 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인물들에 여정을 충분히 즐겼습니다.

 

하지만 <지옥>의 경우 6부작, 총 5시간 11분이라는 런닝타임을 이끌기에는 일부 다른 지점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계속 <지옥>을 시청하게 할 동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액션과 폭력성을 강조한 예고편을 통해 관객들이 바람한 부분도 채워주지 못한 것이 불호에 한 몫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5. 만화적인 연기 vs 현실적인 연기

 

이 드라마는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양익준을 비롯해 원진아, 김도윤, 김신록 등 훌륭한 주조연 배우들이 함께 협업하였습니다.

 

<지옥> 속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양익준 배우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일부 캐릭터에서 기존 웹툰 원작의 대사와 느낌을 그대로 차용한듯한 과장된 톤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새진리회 초대 교주역을 맡은 유아인과 형사역을 맡은 양익준 배우는 평소에 과장된 톤이 이어지다 오히려 감정이 과잉(폐교 고해 씬, 아내의 죽음 씬 등)될 때 제자리를 찾은 듯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주연 캐릭터 중 박정민 배우는 과잉된 감정과 캐릭터 속 현실적인 연기톤으로 인물을 소화하며 저로서는 기댈 곳을 만들어 주는 인물이었습니다.

<지옥>속 김도윤, 박정자 배우

아울러 조연에 스트리머 역을 한 김도윤 배우와 박정자 역의 김신록 배우는 드라마 공개 이후 주연 배우 만큼이나 계속 회자되며 인상적인 호연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많은 작품에서 기대가 됩니다.

 

 

6. "화살촉"을 외치는 BJ가 꼴보기 싫다?

 

농담을 더해 말하자면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비판하는 지점이 "<지옥>에 나온 그 화살촉 BJ가 나오기만 하면 넷플릭스를 끄고 싶었다"는 평입니다.

 

소위 ‘어그로’를 끄는 그 BJ는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 속 한줄기 ‘블랙 코미디’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방송 중간 하단에 광고 표시가 나오는 걸 보면 감독의 풍자 의도를 엿볼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멸칭으로도 흔히 말하는 ‘렉카 유튜버’라든가 ‘코인팔이’, ‘어그로꾼’의 이미지를 정형화한 캐릭터로 보이는데, 단순히 블랙 코미디 뿐만이 아닌 기능적으로도 일부 필요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1인 방송이니 당연히 혼자 상당한 양의 대사를 소화하는데, 그 대사는 당시까지 펼처진 극의 내용을 한 번 복기, 정리하고 대중의 시선을 전하기도 하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당위성을 제시하기도 하죠.

 

한편으로 화살촉 BJ가 나오는 씬은 한번의 컷도 없이 쭉 이어지는데(지루함을 덜기위한 장치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체감상으론 이렇게 길게 나올 필요까지 있나 싶기도 하죠. 절반 정도만 줄였어도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 됐으리라고 봅니다.

 

 

7. <지옥>,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해외에서 통할까?

 

저는 <오징어 게임>을 평범한 범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해보자면 더 장르적이어야 했다라는 것이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극 중에 게임들은 조금 더 두뇌플레이가 필요했고, 조금 더 고어적이어야 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보편적’ 인기를 얻고나서 반추해보니 이 작품은 모든 면에서 상향평준화 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르적 재미, 드라마, 스릴, 장르적 쾌감 등 모두 우수하진 않으나, 일종의 '수우미양가'에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양, 가'도 없는 상향 평준화 된 성적표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만큼 <오징어 게임>은 휘발성이 강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일지는 모르겠으나 담론의 크기가 넓을 뿐, 깊진 않다고 말이죠.

 

그런 면에서 지옥은 기존에 장르물을 즐겨왔던 관객이나 액션보다 드라마적인 이야기를 좋아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나름대로의 사회적 문제도 깊이 곱씹을 수 있어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재밌다!”라는 단문보단 “이 드라마는...”이라는 장문의 평이 어울리는 드라마로 보입니다. 그러나 화제성은 앞서 말한 <오징어 게임>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진 않겠죠.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지옥>은 수십개국에서 1위를 하고 다수의 국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드라마의 ‘성공’이란 기준과 정의(50개국 1위하면 성공인가? 한국만 1위해도 성공인가?)가 어디까지인지 모를만큼 전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컨텐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조만간 칼럼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하고자 합니다.

 

 

8. 총평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은 과거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보여준 날카로움과 상업영화에서 보여준 독창적인 세계관 구축의 장점이 한 데 버무려진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라 영화보다 연출에 속도가 더 필요했을텐데, 촬영이나 연출력을 비롯한 만듦새도 정점에 오른것 같고요.

(예전 부산행 때 영화적으로는 준수했으나 특히 대전역 씬 같은 부분은 봐주기 힘들정도 촬영이나 모든 부분에 있어 완성도가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과 곁가지의 이야기를 함께 했습니다.

 

드라마 <지옥> 리뷰, '지옥류' 장르의 기원 2편을 마칩니다.

 

 

★★★★